[낙태죄는 지금] ③"옷걸이로 자가낙태를.." 변화하는 세계의 낙태죄
[낙태죄는 지금] ③"옷걸이로 자가낙태를.." 변화하는 세계의 낙태죄
  • 이건형 기자
  • 승인 2017.11.30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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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이를 죄로 치부하는 것만이 능사일까. 최근 낙태죄 폐지를 두고 찬반 여론이 팽팽하다. 청와대까지 움직였을 정도로 논쟁은 뜨거웠다. 낙태죄 유지 측은 생명 존중을, 폐지 측은 자기결정권을 이유로 든다. 양측의 입장엔 나름의 일리가 존재한다. 그러나 정작 이 문제의 주체들은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낙태를 경험한 한 여성의 말이 떠오른다. “그 어떤 여성도 낙태를 기뻐서 하는 이는 없다”고. 우리는 이 여성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뷰어스=이건형 기자]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임부의 임신 유지 여부에 대한 자기결정의 영역을 전혀 존중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2012년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형법에 관한 헌법재판을 한 바 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낙태행위를 형벌로 처벌하는 형벌 규정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총 8명의 재판관이 진행했다. 결과는 4대 4였다.

당시 위헌 의견에 손을 들어 준 4인의 재판관은 “임신 초기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낙태를 허용해 줄 여지가 크다”며 “오히려 불법낙태로 임부의 건강이나 생명에 위험이 초래되는 사태가 빈발하고 있어 그 대책이 시급한 현실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임신 초기에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낙태를 허용해 줄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당시 합헌에 손을 들어줬던 4인의 재판관은 태아를 임부와 별개의 생명체로 보고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들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 생명권 존중 의견이 다시 한 번 첨예하게 갈린 사례다. 그럼에도 낙태가 죄인 한국 사회에서 이 사례는 인권운동가들에게 나름의 수확으로 평가됐다.

■ OECD 회원국 중 25개국 본인요청에 의한 인공임신중절 가능해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35개국 가입) 회원국 중 현재 본인 요청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한 나라는 25개국이다. 이중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슬로바키아, 이탈리아, 라트비아, 프랑스 등 7개국은 의사와 상담한 후 2~8일간의 숙려기간을 거친다. 이외의 18개국은 별도의 제한 없이 본인 요청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하다. 단 통상적으로 12주 미만 태아의 낙태만이 허용된다.

또한 아이슬란드, 영국, 일본, 폴란드 등 4개국은 ‘사회 경제적 이유’로 인한 인공임신중절이 허용된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뉴질랜드, 아일랜드, 이스라엘, 칠레, 폴란드 등 6개국은 사회 경제적 사유에는 낙태가 불가능 하다.

한국보다 낙태가 엄격한 나라들도 존재한다. 국교가 가톨릭이나 이슬람 등인 국가들이 그렇다. 엘살바도르, 몰타, 바티칸시국 등의 경우 근친상간, 강간에 의한 임신, 산모의 건강이 위험한 경우에도 낙태가 금지된다.


■ 한국과 비슷한 폴란드, ‘검은 시위’로 낙태죄 폐지 문제 촉발

폴란드는 한국과 비슷한 정도의 낙태 허용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여성에게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가 있을 때, 강간을 당했을 때, 태아에게 심각한 질환이 있을 때만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하다.

특히 국교가 가톨릭인 만큼 낙태에 대한 처벌이 엄격한 편이다. 과거에는 한국보다 낙태가 더 음지화 돼 여성들의 자가낙태가 빈번했다. 폴란드의 ‘검은 시위’ 상징이 옷걸이인 까닭도 자가낙태에서 비롯됐다. 과거 옷걸이를 이용해 자가낙태를 시도한 사례가 잦았기 때문이다.

현재 폴란드에서는 검은 시위로 불리는 낙태죄 폐지 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운동의 규모가 큰 만큼 세계적으로 낙태죄 문제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한국여성민우회, 혜영)
(사진=한국여성민우회, 혜영)

 

■ 강간당해 임신한 아이까지 낳는 아일랜드..결국 국민투표 한다

아일랜드는 유럽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낙태법이 엄격한 나라다. 이로 인해 낙태 여행을 떠나는 여성이 있을 정도다. 강간으로 인한 임신, 태아의 건강이상 등의 사유에도 낙태가 금지된다. 낙태를 할 경우 최고 14년형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이런 아일랜드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지난 2012년 사비타 할라파나바르의 사망이 촉매제가 됐다. 당시 아일랜드에 거주하던 인도 출신 사비타 할라파나바르는 임신 17주째 복통으로 대학병원을 방문했다. 의사는 유산 증상으로 진단했으나 태아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수술을 거부했다. 그러다 일주일 뒤 태아가 숨지고 수술을 진행했다. 하지만 시기를 놓친 사비타는 패혈증이 악화돼 결국 사망했다.

이 일로 수도 더블린에서 1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촛불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아일랜드 정부는 점차 늘어나는 낙태죄 폐지 요구를 감안해 내년 낙태금지법 폐지 여부 주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한국여성민우회 홍연지 활동가는 “현장에서 만난 임신중절을 한 여성 중 그 누구도 생명의 존귀를 몰라서 낙태를 한 이는 없었다. 당연히 임신중절이 줄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은 임신중절을 거치면서 상당한 스트레스와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기 때문”이라며 “문제는 낙태죄다. 낙태가 죄가 돼서 여성을 처벌하는 게 맞느냐의 문제다. 낙태죄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들이 있다. 성교육이라던가 의료적 부작용 등이다. 특히 낙태 수술이 음성화돼 있기 때문에 여성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건형 기자 han1991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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