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찾았다, 레드벨벳의 정체성
드디어 찾았다, 레드벨벳의 정체성
  • 이소연 기자
  • 승인 2017.11.22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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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어스=이소연 기자] 많은 아이돌 그룹이 '다양한 음악색깔'을 표방하며 각기 다른 콘셉트로 컴백한다. 그렇지만그룹 레드벨벳처럼 그 각오를 팀명에 투영하는 경우는 없었다. 레드벨벳은 '레드'와 '벨벳'이 합쳐진 이름으로, 두 콘셉트를 중심으로 매력을 펼치고자 하는 팀이었다. ‘덤덤(Dumb Dumb)’ ‘러시안 룰렛’ ‘루키’ ‘빨간 맛’ 등은 경쾌하고 발랄한 레드, ‘비 내추럴(Be Natural)’ ‘7월 7일’ 등은 차분하고 고혹적인 이미지의 벨벳이 그렇다.

대중의 반응은 ‘레드’로 기울었다. 레드벨벳을 정상에 올려놓은 ‘러시안 룰렛’ ‘루키’ ‘빨간 맛’ 등만 봐도 그렇다. 가요시장에서 걸그룹 콘셉트는 섹시, 발랄, 청순을 벗어나면 흥행하기 힘든 탓도 있다. 게다가 레드벨벳이 내놓은 레드 곡들에는 범접할 수 없는 독특한 개성이 묻어났다. 차분한 인상의 벨벳 곡보다 톡톡 튀는 레드 곡이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확률이 큰 것은 자연스럽다.

 

레드벨벳(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레드벨벳(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 다시 돌아온 벨벳, ‘퍼펙트’인 이유

최근 발매한 정규 2집 앨범 ‘퍼펙트 벨벳(Perfect Velvet)’은 레드벨벳이 그간 끌고 온 이분법적인 발상을 무너뜨린다. 정규 1집 앨범이 ‘더 레드(The Red)’이므로 순서상 2집이 벨벳 콘셉트임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앨범이 베일을 벗은 이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퍼펙트’다. 완벽해진 벨벳은 무슨 의미일까.

멤버 아이린은 최근 열린 ‘퍼펙트 벨벳’ 쇼케이스에서 “예전에는 레드와 벨벳을 나눴다. 레드는 에너제틱하고 벨벳은 차분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구분 없이 보여드렸다. 이번 앨범 역시 레드와 벨벳 구분 없이 두 가지를 다 보여드리고자 했다. 진짜 업그레이드된 ‘레드벨벳’을 보여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이는 “벨벳 콘셉트라고 하면 ‘7월 7일’ 같은 노래를 생각하고 조용한 콘셉트를 떠올리시더라. 이번에는 벨벳으로 정의하지 않고 두 가지 느낌을 다 담았기 때문에 퍼펙트하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데뷔 당시 레드벨벳 팀명은 레드와 벨벳이 합쳐진 뉘앙스였다. 하나의 그룹이 두 가지 콘셉트를 각각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시간이 흘러 데뷔 4년차가 된 이들이 제시하는 정의는 달라졌다. 레드와 벨벳은 더 이상 분리된 콘셉트가 아니다. 하나로 융합돼 ‘레드벨벳’이라는 제3의 색깔을 만들어낸다. 즉 ‘레드+벨벳’의 형태가 아닌 온전한 하나로서의 ‘레드벨벳’이다. 

 

 

■ 레드벨벳이 ‘레드벨벳’을 대하는 방법

‘퍼펙트 벨벳’은 사랑스럽지만 괴기스러운(‘루키’), 진하고 팝한(‘빨간 맛’), 부드럽지만 음산한(‘7월 7일’) 기조를 아우른다. 이는 타이틀곡 ‘피카부’ 뮤직비디오에서 잘 드러난다. 방바닥에 널브러진 멤버들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영상은 미스터리한 공포를 품고 있다. 전체를 맴도는 어두컴컴한 분위기는 ‘까꿍’을 의미하는 곡 제목과 발랄한 멜로디와 만나 레드벨벳 특유의 상쇄작용을 일으킨다.

여기서 (팬들이 소름끼치게 디테일한 SM을 이르는) 변태적인 기획력이 빛을 발한다. 레드벨벳은 데뷔 당시부터 앞서 언급된 걸그룹 콘셉트 베스트3 노선에서 확실히 벗어난 그룹이다. ‘퍼펙트 벨벳’은 남들과 다른 길을 걷던 레드벨벳을 관통하는 스토리가 담긴 큰 그림이다. 지금까지의 활동을 아우르는 일차적인 결과물이자 정체성을 갖춰나가는 레드벨벳의 또 다른 시작점인 셈이다.

다만 두 가지를 한 가지로 녹여낸다는 건 이도 저도 아니게 될 위험도 지니고 있다는 의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레드벨벳은 아예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방식을 택했다. 기존 스타일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여타 그룹의 흔한 성장과정을 탈피한, 지극히 레드벨벳다운 해결책이다. 여기에 대중성을 겸비해 낯섦을 최소화했다. 수록곡 ‘킹덤 컴(Kingdom come)’ ‘아타보이(Attaboy)’ ‘어바웃 러브(About love)’ 등이 그렇다. 

타이틀곡 ‘피카부’는 지난 앨범 ‘더 레드 서머’에서 가장 새롭던 수록곡 ‘주(Zoo)’와 맥락을 같이 한다. 레드와 벨벳이 어우러진 새로운 색깔은 두 번째 트랙 ‘봐’에서 제대로 드러난다. ‘봐’는 벨벳 소재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우아함, 레드의 강렬한 임팩트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

 

 

■ 확고한 세계관이 만들어낸 ‘퍼펙트 벨벳’

새로움을 대하는 레드벨벳의 능숙함은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조이는 “‘피카부’ 같은 노래를 하기 까지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레드도 잘 하고 벨벳도 잘 해야 그 느낌을 오묘하게 섞은 무대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앨범 준비 과정 자체가 성장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레드벨벳은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가지고 독특한 성숙을 거쳤다. 러블리한 소녀에서 섹시함을 가미하며 어른이 되어가는 틀에 박힌 과정을 탈피했다. 당시에는 ‘부진’이라는 소리를 들었을지언정, 지름길을 택하지 않고 꾸준히 달려왔다. 덕분에 레드벨벳의 개성은 ‘퍼펙트 벨벳’을 통해 발현됐다.

더 나아가 현재 SM엔터테인먼트는 터줏대감 소녀시대의 부재를 겪고 있다. 이들의 불투명한 활동 탓에 레드벨벳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레드벨벳은 “아직 세대교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지만, 레드벨벳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퍼펙트 벨벳’을 통해 확실히 정립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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